산책을 시작합니다.

2023. 5. 13. 12:49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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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평소 주말처럼 조금 더 잘까하다가 가까운 호수 둘레길 산책을 가야겠다 마음 먹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난시에 눈이 좋지 않아 안경 없이는 1M 물체도 식별하기 힘들지만, 안경도 쓰지 않고, 챙겨온 이어폰도 끼지 않고, 온전히 걷는데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걸어다닐 때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데, 팔을 휘두르지 않고 걷는게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아실겁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이 어깨와 목이 굳고 거북목이 되는 원인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왼손에는 스마트폰을 오른손에는 에어팟을 무게추 삼아 열심히 팔을 휘두르며 걸었습니다. 요즘 기억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져 가족의 이름을 하나 둘 되뇌어보기도 하고, 지인의 이름도 떠올려봅니다. 안경을 쓰지 않으니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고, 안다니던 길로 가려니 갈피를 잡기 힘들었지만, 돌아 돌아 호수 둘레길 입구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안경을 안쓰면 세상이 이렇게 보입니다. - Nikon FM3A

 

200M        

제법 큰 호수의 둘레길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산책이나 조깅을 하기 위해 나와있습니다. 아이들과 나온 가족들, 건강을 위해 나온 어르신들, 혼자 뛰는 사람들과 그룹으로 모여 준비 운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운동복을 갖춰입고 나온것이 아니라 약간 빠른 걷기정도의 속도로 걸었습니다. 비염으로 지내기 힘든 계절이긴 하지만 아침부터 걸으니 왠지 비염도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어느 정도 걸으니 아까 광장에서 몸을 풀던 달리기 그룹이 저를 지나쳐 달려갔습니다.

200M부터 걷기 시작

 

800M        

군시절 어느 정도 계급이 올랐을 때 건강을 위해 일과가 끝나면 연병장을 돌기 시작하고, Paper 라는 잡지에 엽서로 그 경험을 보내 실린적이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안쓰던 폐의 일부분에 공기를 넣어주었고,
조금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 줄의 아주 짧은 문장이었지만, 잡지에 실린 것도 처음이고, 그에 대한 상품으로 CD를 받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기분은 마치 그 때와 비슷합니다. 스마트 폰에 빼앗겼던 다른 감각들을 되찾아 사용하며, 걷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100M        

어느정도 걷다보니 약간의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걷기 정도의 빠르기라 땀이 많이 나지는 않고 약간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이번주에는 이동진의 유튜브 2편을 봤습니다. 하나는 지난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 3의 리뷰였습니다. 저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개봉일에 보고 바로 블로그 포스팅으로 썼습니다.

 

[개봉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개봉일 관람 후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개봉 2023년 5월 3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 페이즈 5의 두번째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 (이하 가오갤3)가 개봉했습니다. 마블 영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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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메시지가 분명하고 잘 만든 영화여서 그런지 저나 이동진 평론가가 느낀 포인트는 비슷했습니다. 음악을 잘 썼고, 로켓을 중심으로한 이야기의 서사, 액션이 좋았던 부분, 토이스토리의 엔딩과 비슷했던 엔딩. 나와 이동진 평론가의 차이는 뭘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엄청난 독서광이며 TV나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서 자신의 생각을 수없이 얘기하는 사람입니다. 얘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하며,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수사법과 다른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잘 알고 있어야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보 블로거로 약 200편의 글을 썼지만, 반성할 부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책도 더 많이 봐야하고, 글쓰기 연습도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1800M        

다른 한편은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영화 컨택트의 얘기를 나누는 영상이었습니다. 영화 컨택트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2016년드니 빌뢰브 감독이 에이미 아담스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만든 영화입니다.

 

컨택트 (2016) :: 볼 수 있는 곳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하

m.kinolights.com

외계인이 지구로 왔을 때 누군가 먼저 접촉해야한다면, 누가 먼저 시도해야할까요? 일단 군인들이 있을것이고, 아마도 물리학자가 가장 먼저 그들과 접촉해야할거라고 김상욱 교수도 얘기를 합니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것은 에이미 아담스가 맡은 역할인 언어학자입니다. 문명과 문명이 충돌할 때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소통, 언어의 문제일것입니다. 일례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뜻인 캥거루라는 호주의 이야기도 있고,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중 하나인 산스크리트어 전쟁의 의미(더 많은 소를 원한다)도 있습니다.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학자루이스 뱅크스를 우주선으로 들여보내고, 그들의 언어, 단어를 분석하며 소통을 하게 됩니다. 시제가 없는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며 언어학자인 루이스의 사고도 변화하게 되며, 미래를 기억하게되는데(?!)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방식이 변화한다는 사피어 워프 이론의 극단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이 영화 리뷰에서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얘기하다보면 길어지니 다른 글에서 영화 컨택트의 리뷰를 써야할 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이 내용을 생각하다보니 한바퀴를 다 돌았습니다.

김상욱, 이동진 두 지성인의 완벽한 티키타카 😎 [컨택트] 리뷰

 

다시  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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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만 돌고 돌아가려했으나, 왠지 모를 아쉬움에 호수를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운동부족인 저의 몸은 조금 운동을 했다고 약간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발목과 고관절은 약간의 통증이 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생각은 조금 줄어들고 걷는데 집중합니다.

끝이자 시작

 

3400M        

이번주에는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이 나왔습니다. 황금가면 유튜브 댓글에는 많은 40대의 어른들이 위로가되는 음악이라며 댓글을 남겼습니다. 어린 시절 많은 꿈들을 가지고 살던 어른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남이 시키는 것만 하고 살다가, 그렇게 살지 않을거야라고 소리질러주니 위로를 받고 에너지를 많이 받은것 같습니다. 저도 이 노래를 많이 들었고 오늘 일찍 산책을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김동률 신곡 황금가면 발표 - 뮤비 조우진 주인공

김동률 황금가면 신곡 발매 김동률의 3년 9개월만의 신곡 황금가면이 2023년 5월 11일 저녁 6시 발매되었습니다. [MV] Kim Dong Ryul(김동률) _ Golden Mask(황금가면) - Youtube 이번 신곡은 레트로 뮤지컬 스

haanss.tistory.com

 

4100M        

안경을 안쓰고 외출한지 1시간째 눈은 안경을 쓰지 않은 풍경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한 바퀴째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수에 떠있는 오리들, 아침 일찍부터 데이트하는 연인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외벽의 그림과 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WHILE THERE'S LIFE

 

삶이 있는 동안, 정도의 해석이 되겠네요. 글 옆에는 태권V가 있었는데, 태권V는 삶이 있는 동안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살 것이고, 저같은 가장은 삶이 있는 동안 가족을 위해 살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살겠죠. 당신은 당신의 삶이 있는 동안, 어떤 삶을 살건가요? 이런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태권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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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샛길도 있어서 중간에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잘 이겨내고 두 바퀴 온전히 잘 걸었습니다. 편하게 아니면 어떤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루틴이라는 걸 만들어서 쳇바퀴 돌듯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가끔 하던 일에서 벗어나서 다르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삶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일요일도 늦잠을 잘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일찍 일어나 다시 산책을 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의미의 루틴을 만들 수 있겠죠. 
오늘, 산책을 시작합니다.

1시간 42분동안 7.9Km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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